낭가파르바트
글 : 마크 젠킨스 사진 : 토미 하인리크
폴란드의 한 원정대가 죽음을 무릅쓰고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에 도전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말도 못하게 추운 날씨다. 폴란드 출신의 두 등 반가는 지독한 추위로 온몸은 무감각해지고 정신조차 아득할 지경이지만 그게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죽음 의 사자다. 죽음의 사자가 그들의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얼음장 같은 날개로 감싼 채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그들을 먹고 있는 것이다. 추위에 곱은 손가락과 꽁꽁 언 발가락들을 갉아먹고, 창백한 뺨과 딱딱하게 언 코 를 야금야금 먹어치운다.2007년 1월 12일 한겨울, 파키스탄 카라코람 산 맥. 세계 9위봉인 낭가파르바트의 남서쪽 능선, 해발 6750m 지점의 텐트 속에 다레크 잘루스키와 야체크 야비엔이 웅크리고 있다. 부츠와 양말, 선크림, 물병 등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다. 그들은 팬티 속에 넣어 뒀던 건전지들을 꺼내 무전기에 힘겹게 끼운 후 베이 스캠프와의 교신을 시도한다. 바람은 날카로운 비명 을 질러대고 눈은 나일론 텐트를 맹공격한다. 절박한 몇 마디만 베이스캠프로 전해질 뿐이다.
“바람… 바람!”
죽기 직전에 힘없이 내뱉는 소리 같다. 하지만 잘루 스키와 야비엔은 죽어가진 않는다. 믿기 힘들지만, 그 들은 계속 올라갈지, 내려갈지를 정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이틀 내내 한숨도 못 잤다. 어제 이곳에 도 착해 제3캠프를 설치하고는 텐트 속에서 폴(지지대) 들이 바람에 부러지지 않도록 꼭 쥐고는 웅크린 채 밤 을 보냈다. 영하 40℃의 날씨에 시속 95km의 바람이 맹렬히 몰아친다. 그들은 플리스(원단 표면에 기계적 인 스크래치를 일으켜 양털처럼 올이 부풀게 한 보온용 소재) 몇 장, 두툼한 오리털 파카, 장갑 위에 벙어 리장갑, 두건, 발라클라바(머리와 얼굴을 덮어 씌우고 눈만 나오게 만든 방한모) 등 가지고 있는 건 죄다 걸 쳤다. 피부가 노출되면 바로 동상에 걸린다. 그들은 침 낭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몸은 주체 못할 정도 로 덜덜 떨리고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고 몸동작은 경 련하듯 부자연스럽다. 이런 비참한 처지에서도 그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어쨌든 폴란드인들이 아 니던가. 겨울 고산 등반을 즐기는 폴란드인들 말이다.
잘루스키(47)와 야비엔(30)은 베테랑 히말라야 등 반가다. 낭가파르바트에 오른 지는 35일째다. 내로라 하는 스폰서들이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막대한 자 금을 지원했다. 그들의 등반 모습은 여러 웹사이트를 통해 시시각각 중계되고 있다. 고국 폴란드 국민들이 지켜본다. 전 세계 동료 등반가들도 지켜본다. 폴란 드 바르샤바에서는 잘루스키의 아내와 10대의 두 딸 이, 폴란드 티히에서는 야비엔의 아내가 생후 8개월 된 딸아이를 안은 채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만일 하산하게 되면 다시 오를 기력이 없으리란 걸 그들은 안다. 또 팀의 다른 대원도 여기까지 오를 엄두 를 못 낼 것이다. 그렇게 이번 원정은 끝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