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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독수리

글 : 멜 화이트 사진 : 클라우스 니지

통제 불가능한 벌채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맹금류 중 하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이제 사람들이 이 새가 처한 곤경에 대해 눈을 뜨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한생물종이 희귀해지다가 이내 멸종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을 지구라는 한 장의 천에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필리핀독수리가 사라질 때는 정확히 얼마나 큰 구멍이 뚫리게 될까?
아주 복잡한 생태계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동식물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멋진 새가 사라지면 세상의 경이로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필리핀의 열대우림에만 사는 이 녀석은 길이 2m가 넘는 튼튼한 날개로 복잡하게 뒤엉킨 숲속을 놀랄만큼 정확하게 날아다닌다.
자연보호론자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모순이지만,필리핀독수리는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위용을 갖추게 되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지구에서 가장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독수리의 유일한 서식지인 필리핀의 군도에는 먹잇감을 놓고 경쟁할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이 없기 때문에 녀석은 자연스레 이 열대우림의 왕이 되었다. 먹이사슬에서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면서 녀석은 몸길이가 약 1m, 몸무게는 최대 약 6kg까지 커졌다. 녀석은 날여우원숭이, 원숭이 같은 포유류, 뱀, 새들을 먹이로 삼는데, 2년에 한 마리씩 태어나는 새끼와 독수리 부부가 충분한 먹잇감을 얻으려면 6~13ha의 숲이 필요하다.
필리핀독수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필리핀의 생물학자 헥토르 미란다는 “녀석들이 섬을 독차지하면서 덩치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일도 있었지만 나쁜 일도 있었습니다. 녀석들을 키워준 숲이 거의 사라졌거든요. 숲이 사라지면 이 새들도 살아남지 못하죠”라고 말한다.
원시림의 90% 이상이 벌목과 개발로 사라지면서 필리핀의 삼림 파괴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필리핀독수리의 개체수는 현재 수백 쌍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도 환경보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의 홍수와 산사태로 큰 피해를 겪은 필리핀 사람들은 숲이 사라지면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최근 필리핀에서 새로 지정된 자연보호구역들 중 한 곳인 카부아야 숲은 필리핀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된 곳으로 그 규모가 7000ha에 달한다. 독수리의 개체수가?㉫老求?것을?런?위해 민다나오 섬에 설치한 필리핀독수리 재단은 1995년 국조로 지정된 이 새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때 식량이나 오락거리로 이 새를 사냥했던 일부 사람들도 이제는 이 독수리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리핀독수리 재단의 교육센터에서 10여 마리의 독수리를 볼 수 있는데 개중에는 덫에 걸리거나 총에 맞았다가 구조된 녀석들도 있다. 언젠가 새들을 필리핀의 복원된 서식지로 돌려보내기 위한 번식 계획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21마리의 독수리가 인공 사육되었다. 이 정도 노력이면 충분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번식 계획으로 부화하여 살아남은 첫 번째 독수리 새끼가 이제 막 열 여섯 살 생일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녀석이 태어났을 때 ‘파그아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필리핀 원주민인 타갈로그족의 언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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