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러셀 월리스
글 : 데이비드 콰멘 사진 : 로버트 클라크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는 최초로 동물의 서식지를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누는 선을 그었고 진화론의 단초를 발견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인도네시아 북동쪽, 보르네오 섬에서 동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에 숲이 울창한 조그만 화산 섬이 솟아 있다. 이곳은 테르나테 섬으로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엔 향료를 비롯한 귀한 열대지방 특산물들을 서방으로 실어 나르던 무역항이었다. 지금은 배가 분주히 드나드는 항구, 과일과 생선을 파는 시장, 이슬람 사원, 옛 성채, 술탄 왕궁 그리고 말끔한 콘크리트 주택들이 하나밖에 없는 해안 일주 도로를 따라 줄줄이 늘어서 있다. 숲이 무성한 비탈진 고지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이런 숲에서 에메랄드빛 가슴에, 어깨엔 새하얀 깃털을 망토마냥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화려한 새를 볼 수 있다. 녀석의 학명은 ‘세미옵테라 왈라시(흰깃발풍조)’로 처음 학계에 보고한 사람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다.
월리스는 영국 출신의 젊은 박물학자로 1850년대 후반부터 1860년대 초반까지 말레이 군도를 샅샅이 훑고 다닌 인물이다. 1858년 3월 9일 월리스는 이 조그만 섬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네덜란드 우편선에 중요한 편지 하나를 띄워 보냈다.
찰스 다윈 앞으로 보내는 편지였다. 편지와 함께 월리스는 ‘원형에서 계속 변종이 나타나는 경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짧은 논문을 동봉했다. 열병에 걸린 상태에서 사흘 밤낮을 홀린 듯 급하게 휘갈겨 쓴 논문이었지만 10여 년에 걸친 사색과 꼼꼼한 조사의 결과였다. 이 논문이 설명하는 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이었다. ‘자연선택’이나 ‘진화’라는 단어를 안 썼다 뿐이지 당시 다윈이 정리해서 발표만 남겨두고 있었던 내용과 흡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