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터널
글 : 로프 스미스
알프스 산맥의 지하 2km 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길고도 깊은 철도 터널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영국 웨일스 출신 연대기 기록자인 어스크의 아담은 1402년 소달구지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로 가던 중 스위스의 험준하고 외진 고트하르트 고개를 넘다가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고개를 안 보려고 안내인들에게 자신의 눈을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알프스 산맥을 여행하며 다른 길이 있길 바랐던 사람이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알프스 산맥은 수천 년 동안 유럽 대륙에서 여행과 교역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왔다. 이 산맥을 넘으려면 장시간 잦은 위험을 무릅쓰며 여행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야만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럴 일이 없어지게 됐다. 지난 9년 동안 터널 작업반이 ‘고트하르트 대산괴’로 알려진 고트하르트 고개의 단단한 화강암질 중심부를 깊숙이 파내어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은 철도 터널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스위스에서는 이탈리아어를 쓰는 티치노 주에서 북쪽으로 굴을 파며 올라가던 인부들이 독일어를 쓰는 세드룬에서 굴을 파며 남쪽으로 내려오던 인부들과 만나면서 이 병렬 터널 중 한 곳의 굴진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 역사적 순간은 스위스 TV로 생중계됐고 유럽 전역에 방송되었다. 4월에는 두 번째 터널의 굴진 공사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길이 57km인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50km 길이의 채널 터널과 54km로 현재 세계 최장 터널인 일본의 세이칸 해저터널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며 공학 기술면에서도 독보적인 터널이 될 것이다.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에 필적할 만한 두 터널이 비교적 수심이 얕은 수역을 지나는 반면,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은 거대하고 육중한 습곡 산지의 복잡한 지반을 관통한다. 어느 누구도 산에 이렇게 깊은 터널을 뚫거나, 수송 환경을 이만큼 변모시킨 적이 없었다.
이 터널은 2017년 개통되면 스위스를 네덜란드의 평지만큼이나 평평하게 만들어 이곳에 철도가 놓이게 될 것이다. 취리히에서 출발하는 남행 초고속 여객열차가 평지나 다름없는 철길을 달려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가는 것이다. 이 열차는 시속 250km로 굉음을 내며 스위스 전원 지역을 통과해 알프스 산맥의 한쪽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가 몇 분 뒤 다른 쪽으로 나올 것이다. 마치 알프스 산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거의 4시간 정도 걸렸던 두 도시 간 여행 시간도 2시간 30분 남짓으로 단축될 것이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더 빠른 직행 길이다.
스위스 정부가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에 100억 스위스프랑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다. 화물 운송 경로를 바꿔 급증하고 있는 트럭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금은 트럭들이 고속도로의 정체를 유발시키고 지반이 약한 알프스 산맥 지역을 덜컹거리며 지나다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