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잃은 야생동물들
글 : 무함메드 무헤이센 사진 : 무함메드 무헤이센
교전과 부상, 밀수꾼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은 야생동물들이 요르단에 있는 한 보호구역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생후 4개월 정도 된 파블리토는 내가 코앞에서 본 첫 번째 사자였다. 이 새끼 사자가 요르단 암만에 위치한 야생동물 재활 시설 ‘뉴 호프 센터’의 우리에서 나를 향해 걸어 나왔다. 그러다 녀석은 돌연 걸음을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언의 언어로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 파블리토의 눈은 슬프고 애처로워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녀석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파블리토를 만나기 전인 2018년, 나는 자흐라라는 소녀를 촬영하러 가는 길이었다. 당시 일곱 살배기 자흐라는 요르단의 천막촌에 살던 시리아 난민이었다. 나는 2001년부터 희망과 회복력, 생존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진기에 담아왔다. 나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지역과 난민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을 수차례 방문했다.
그러던 중 나는 뉴 호프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센터는 정신적 외상을 입고 유기되는 등 무방비 상태에 놓인 동물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의 동물들은 관리가 부실한 동물원 혹은 교전 지역에서 구조됐거나 밀수꾼들로부터 압수됐다.
뉴 호프 센터는 알마와 자연 및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보내질 동물들을 위한 격리 및 재활 시설로 사용됐다. 센터에서 약 50km 떨어진 알마와 보호구역은 요르단 북서부의 제라시산맥에 111ha에 걸쳐 있는 삼림 지대다. 이 보호구역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에 있는 이른바 ‘세계 최악의 동물원’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채 2016년에 구조된 설가타육지거북이 산다. 또한 전쟁으로 황폐해진 시리아 알레포의 외곽에 위치한 놀이동산이자 동물원인 ‘매직 월드’에 있던 반달가슴곰과 아프리카사자도 알마와(아랍어로 ‘안식처’를 뜻함) 보호구역에 거주한다.
나는 이 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내 작업은 늘 혼란의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들, 인간의 고통과 파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남겨진 동물들, 즉 녀석들과 무관한 일로 전쟁의 희생양이 된 동물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 동물들은 구조되지 않았다면 폭격에 희생되거나 십자 포화에 휘말리거나 굶어 죽었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