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불의 수호자
글 : 크리스틴 로미 사진 : 마티유 팔리, 발라스 가르디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고대 종교가 곤혹스러운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신앙의 불길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난해 12월의 어느 새벽, 아리아 붐라는 인도의 작은 해안가 마을 우드바다에 있는 딱딱한 게스트하우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리아는 지난 몇 달간 암송해온 경전 구절을 나지막이 읊조리면서 옷을 입고 앞니 두 개가 빠진 자리를 피해 조심스럽게 양치질을 했다. 손아래 남동생을 둔 아리아는 일곱 살이 돼 가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편에 속하는 종교에 입교하려는 참이었다.동이 트면서 덥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리아가 가족과 지인들을 따라 이란샤 아타쉬 베람으로 통하는 흙길을 걸어간다. 이란샤 아타쉬 베람은 흰 돌과 나무로 지어지고 높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신전 단지다. 사람의 얼굴을 지니고 등에 날개가 달린 소의 형상을 한 거대한 조각상 두 개가 출입구 양 옆을 지키고 있다. 출입구에 서 있는 관리인이 정화 의식을 충분히 거친 자만이 이 단지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단단히 일렀다.
전설에 따르면 아리아의 조로아스터교 선조들은 1300년 전 아랍 이슬람 침략자의 종교 박해를 피해 인도 구자라트주의 해안에 상륙했다. 그들은 아라비아해와 맞닿은 이곳 해변에서 자신들의 교리와 의식을 되살렸다. 대장간 화로부터 벼락에 이르기까지 온갖 만물에서 발화된 16가지 불씨로부터 얻은 불도 그중 하나였다. 이 불은 ‘모베드’라고 불리는 흰 베일을 쓴 사제들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지금까지도 타오르고 있다. 오늘날 이 불은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는 신앙 공동체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