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해마 왕국 속으로
글 : 린지 라일스 사진 : 셰인 그로스
바하마제도의 한 석호는 지구상에서 해마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은둔형 어류로 손꼽히는 해마의 비밀스러운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있다.
헤더 메이슨은 까다로운 추적에 익숙했다. 해마는 흔히 몸길이가 몇 센티미터에 불과하며 카멜레온처럼 몸 색깔을 바꿀 수 있고 좀처럼 무리를 이루지도 않는다. 녀석은 열대 해초와 맹그로브 숲, 산호초 등의 서식지 속으로 숨어버리는 능력 덕분에 헤엄 속도가 느리고 뾰족한 방어 수단이 없어도 쉽사리 먹잇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해마를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수련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미국 탬파대학교 소속의 해양생태학자인 메이슨은 그 길을 수십 년째 걸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바하마제도에 속한 일루서라섬의 청정한 스위팅스호에서 처음 스노클링에 나섰다가 얼떨결에 해마 천국을 발견했다.
2013년, 맑고 푸른 호수에서 첫 주말을 보내는 동안 메이슨은 해마 16마리를 확인했다. 바하마제도 해안을 따라 몇 주간 탐사를 벌여도 운이 좋아야 한두 마리 정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메이슨은 즉시 길이 1.5km의 스위팅스호가 특별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곳은 수수께끼 같은 해양생물 중 하나인 해마의 피난처였던 것이다. “야생 해마를 찾아다니는 사람으로서 이는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해마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이 드문 기회를 통해 녀석들의 매혹적인 습성이 드러났다.
메이슨이 경험한 이 일생일대의 순간은 약 7000-1만 년 전에 벌어진 상황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에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해칫만에서 땅속 공극과 균열을 통해 스위팅스호에 바닷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게 이 해수 석호는 거미불가사리와 거미게, 문어, 발광 플랑크톤 그리고 해마의 요새가 됐다. 홍어와 가오리, 다랑어, 상어 등 해마의 일부 천적들이 침투할 수 없는 피난처 말이다. “섬 안의 섬인 셈이죠.” 메이슨은 설명한다.
하지만 가장 획기적인 발견은 밤에 이뤄졌다. 바하마의 국립공원들을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 ‘바하마 내셔널 트러스트’ 소속의 식물학자 이선 프라이드는 당초 현지인들로부터 스위팅스호의 해마 개체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메이슨에게 연락한 터였다. 메이슨의 첫 방문 이후 프라이드에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호수를 밤에 조사해보면 어떨까?’
별이 빛나는 어느 날 밤, 메이슨과 프라이드는 수중 조명을 갖춘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스위팅스호 속으로 들어갔다. 물안경 너머로 본 풍경은 믿기 어려웠다. “조명으로 바닥을 훑었더니 심야의 도로 표지병 같은 것이 쫙 펼쳐져 있었어요. 온 사방에서 해마들이 반짝거렸죠.” 메이슨이 당시를 떠올린다. 프라이드는 그 광경을 “해마가 벌이는 광란의 파티”로 묘사한다.
이후에 떠난 탐사에서 메이슨과 한 연구진은 나흘 낮밤에 걸쳐 해마 800마리를 기록했다. 동일한 구역에서 낮 시간대에 집계한 해마의 수보다 약 다섯 배나 많은 것이었다. 그중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녀석들도 있었다. 자그마한 새끼 해마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데다 바다에서 갓 태어난 해마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이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마가 보이는 행동의 차이였다. “낮에는 해마가 엎어져 있어요. 숨어 있는 거죠. 그러다 밤이면 풀들 사이로 올라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어 눈에 잘 띄죠.” 메이슨은 말한다.
프라이드가 해마가 벌이는 광란의 파티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모든 해마가 야행성이라는 뜻은 아니다. 스위팅스호는 고립된 곳이다보니 이곳의 해마들이 독특한 행동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구진은 이곳의 해마가 낮에 엎어져 지내는 이유도 밝혀내지 못했다. 밤새 플랑크톤과 작은 갑각류를 먹고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거나 얕은 물에서 녀석들을 노리는 새들을 피하기 위해 숨어 있는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야간 조사와 후속 연구 덕분에 최초로 해마의 야행성 생활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2023년, 연구진은 스위팅스호가 세계에서 해마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보고했다.
메이슨은 1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자료를 여전히 분석하고 있으며 스위팅스호를 재방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마의 짝짓기 의식과 수컷이 임신하는 이유, 태어난 새끼 해마가 어디로 가는지 등의 의문에 대한 답이 이 잔잔한 호수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스위팅스호는 신비한 곳이에요. 풀어야 할 의문이 끝도 없죠.” 메이슨은 말한다.
당장은 스위팅스호의 해마가 섬 안의 섬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그 신비로운 비밀들을 좀 더 오래 지킬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