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서부의 고산 지대에서는 카자흐 유목민들이 수 세기 동안 늑대와 조심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대대로 숭배해온 이 늑대들을 점점 더 사냥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세 사람이 눈밭에서 말의 사체를 발견했다. 녀석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세 명의 카자흐 유목민은 상처 자국과 주변에 찍힌 발자국만 보고도 아침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늑대 두 마리가 말의 등에 뛰어올라 말을 고꾸라트렸으리라. 사냥꾼들은 말 옆구리 뒤쪽의 연한 살점이 뜯겨 나간 모습을 보고 근처에 늑대 굴이 있다고 확신했다. 늑대는 이 부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후 나중에 게워내 새끼를 돌보는 어미에게 먹이기 때문이다. 사냥꾼들은 주변을 예의주시하며 총을 챙겨 길을 떠났다. 늑대 사냥은 계속됐다.
사냥꾼 아이볼라트 쿨메스칸, 갈림 바파르, 세릭볼 코셰겐은 몽골의 험준하고 칼바람 부는 알타이산맥에서 대대로 가축을 치며 살아온 카자흐 유목민 공동체의 일원이다. 카자흐족은 몽골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바양울기주 지역만 따지면 약 10만 5000명의 주민 가운데 98%나 차지한다. 바양울기주는 몽골에서 가장 높고 서쪽 끝에 위치한 주로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카자흐족은 양과 야크, 말, 때로는 낙타를 길러 소득을 얻고 1년 내내 먹고살 식량을 마련한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으로 얽힌 동물이 있었으니 바로 회색늑대다. 회색늑대는 가축을 잡아먹는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유목민 문화에서 영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세릭볼 코셰겐, 자이다르칸 알다니시, 아이볼라트 쿨메스칸, 이렇게 세 명의 카자흐 유목민이 늑대 사냥에 나서고 있다. 유목민들은 늑대 사냥을 통해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늑대가 식량과 양모를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을 과하게 잡아먹지 못하게 한다.
세릭볼은 6세기에 중앙아시아를 정복했던 조상 돌궐족이 늑대의 후예라고 말한다. 카자흐 유목민 대다수는 무슬림이지만 늑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령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말과 독수리도 영험한 동물로 여기지만 늑대는 특히 특별한 존재다. 사람들이 늑대를 두려워하는 이유와 숭상하는 이유는 같다. 바로 늑대가 지닌 영리함과 용맹함, 예리한 감각 때문이다. 늑대와 유목민은 제국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국경이 바뀌는 와중에도 알타이산맥에서 수천 년 동안 공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가 점차 불안정해지면서 늑대들이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 카자흐 유목민은 늑대를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가축과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도 있다. 따라서 이 두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023년 4월, 이 유목민 공동체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늑대 사냥에 나섰다.
이번 사냥은 이 지역에서 ‘조드’라는 자연재해, 즉 유난히 혹독한 한파를 겪은 직후에 진행됐다. 여름철 기록적인 산불에 사방이 초토화된 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이 닥친 때였다. 봄이 되자 날씨가 안정되기는커녕 더 변덕스러워졌다. 낮에는 비가 올 정도로 포근하더니 밤에는 매서운 한파가 찾아와 빗물에 젖은 가축 일부가 얼어 죽기도 했다. 세릭볼에 따르면 한 이웃은 하룻밤 사이에 200마리나 되는 가축을 잃었다. 밤이 되면 세릭볼과 아내는 가장 약한 가축들을 전통 천막인 게르 안으로 들여 따뜻하게 해줬다. 또한 세릭볼은 영양실조에 걸린 가축에게 먹일 야생 풀을 찾아 종종 절벽을 오르기도 했다. “예전에도 겨울은 혹독했지만 살다 살다 이렇게 힘든 조드는 처음 겪어보네요.” 세릭볼은 말한다. 유목민들은 늑대 사냥 과정에서 이런 새끼 늑대들을 굴에서 잡아오기도 한다. 이들은 야영지로 데려온 새끼 늑대들을 성체가 될 때까지 키운 후 잡아서 털가죽과 전통 약재를 얻는다. 다만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새끼를 너무 많이 데려오거나 지나치게 어린 새끼는 손대지 않는다.
몽골늑대 역시 조드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썼을 뿐이다. 회색늑대의 아종인 몽골늑대는 이 지역 곳곳에 살고 있지만 개체수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회색늑대보다 몸집이 작은 몽골늑대는 주로 작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특징이 있다. 붉은사슴 같은 야생 먹잇감이 줄어들면 늑대들은 결국 더 잡기 쉬운 가축을 노릴 수밖에 없다. “몽골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조드에는 늑대가 살찐다’는 말이죠.” 몽골국립대학교 소속 생태학자 바자르체렌 볼드기브는 말한다. 그런데 상황이 더 꼬였다. 몽골 서부 전역에서 가축 떼는 늘어났지만 유목민 수는 줄어들어 가축을 지키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양울기주에서 설문에 응한 유목민의 90% 이상이 늑대 때문에 가축을 잃었다고 답했다. 유목민 한 명당 평균 14마리에 달하는 손실로 이는 불과 20년 전보다 일곱 배나 급증한 수치다. 유목민 한 사람당 연간 약 1300달러, 즉 연 소득의 약 40%나 경제적 손해를 본 셈이다. “자연계에서는 늑대가 다른 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늑대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존재는 없어요.” 세릭볼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