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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의 신성한 강

글 : 캐럴 코프먼 사진 : 아르네 호달리치

왜 로마인들과 켈트족, 심지어 선사시대 사람들조차 검, 접시와 같은 자신들의 소유물을 슬로베니아의 얕은 강에 던진 걸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고고학자 안드레이 가스파리(33)의 머릿 속은 항상 유물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의 고향인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를 굽이굽이 가로지르는 류블랴니차 강에서는 지금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됐다. 총 길이 20km에 이르는 얕은 물길 전역에서 켈트족의 주화, 로마 시대의 사치품, 중세 시대의 검 등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가스파리는 류블랴니차 강 인근에 살거나 강을 따라 여행했던 이들이 강을 신성하게 여긴 것으로 보고 있다. 켈트족과 로마인을 비롯한 이곳의 초기 거주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통과의례나 상(喪) 중에, 혹은 승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귀중한 물건을 강에 바친 것은 그 때문일지 모른다. 사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가스파리는 왜 류블랴니차 강이 유럽의 강 중에서 가장 많은 보물을 품은 강이 되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미 너무 많은 ‘단서들’이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스포츠 다이버들은 류블랴니차강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아 왔다. 이들이 지금까지 발견된 1만~1만 3000점의 유물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 같은 행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법이었지만 고고학자들은 유물을 놓고 개인 수집가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일부 다이버들은 강에서 건진 보물을 박물관에 팔아넘겼다.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넘기거나 개인적으로 소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유물이 슬로베니아를 떠나 추적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가스파리는 수집가들 가운데 보물이 발견된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거나 그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 고고학자는 유물뿐만 아니라 유물이 발견된 장소라든가 함께 발견된 다른 유물 등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맥락을 모르면 그 유물에서 더 이상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스파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이 믈라덴 무크다. 40대 건축가인 무크는 1985년부터 류블랴니차 강에서 잠수를 하기 시작했다. 류블랴나에 사는 그가 지금까지 건져 올린 유물은 대략 1000점에 이른다. 무크는 자신이 건져 올린 유물들을 팔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많은 수집가들처럼 무크도 자신의 수집품들을 애지중지하며 당국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가스파리의 생각은 다르다. 슬로베니아 국립박물관은 류블랴니차 강에서 건져 올린 보물들을 2008년에 열리는 유럽 순회 전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래도 가스파리는 무크가 언젠가는 자신의 소장품을 넘겨 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스파리는 류블랴니차 강에 수장돼 있는 유물들의 경우, 잘 보존할 수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손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물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유물을 찾아 나선다. 7월의 어느 무더운 오후에 벌인 작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가스파리가 이끄는 팀은 브르흐니카 시의 의뢰로 류블랴니차 강에 하수처리 시설이 들어설 경우 유실될 수 있는 유물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스파리는 이곳에서 많은 유물을 발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수부들이 물에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안 돼 유물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팀원 가운데 한 명이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가스파리에게 사슴뿔 도끼를 건넸다.


또 다른 잠수부가 가장자리에 장식이 있는 돌 조각을 건넸다. 고대 접시의 파편이다. 가스파리는 자신이 늘 사용하는 커피잔을 만질 때 만큼이나 익숙한 태도로 접시의 평평한 면을 어루만졌다. 가스파리는 “로마 시대 초기의 것으로 BC 10년경에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슬로베니아의 초기 역사를 담고 있는 퍼즐 조각들이 많이 발견됐다. 강바닥에서 발견된 다른 여러 유물들처럼 이 유물들 역시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그들이 숭배한 강 사이의 불가사의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개인 소장가의 품이든 아니면 어두운 강바닥 속이든, 어딘가에 이 수수께끼를 풀어 줄 단서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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