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글 : T. D. 올맨 사진 : 데이비드 버넷
월트 디즈니의 꿈은 올랜도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올랜도는 디즈니월드의 개장 이후 플로리다 중부 지역은 급속히 성장해 다양성과 예측불허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국 대도시권으로 부상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올랜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 세대 전, 도심에 살던 백인 중산층이 교외로 이주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올랜도 지역은 부상하는 준교외 지역(교외보다 도심에서 더 떨어진 주택 지역) ‘제1호’가 되었다. 비슷비슷한 인구밀집 지역들이 급작스럽게 합쳐지면서 형성된 것이다. 불규칙하게 팽창하는 이 거대한 지역사회로 점점 더 많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일자리 증가도 가장 빠르고, 주택 건설도 가장 활발하며, 쇼핑몰과 대형 교회도 급증하고 있다. 이곳에 몰려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적어도 이상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파란 눈의 백인들은 아니다.급팽창하는 올랜도의 모습은 쇼핑몰과 교통체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 최초의 인공위성들이 발사됐을 당시 플로리다 주를 촬영한 야경 사진은 선 두 개가 나란히 그어진 모습이었다. 한 선은 플로리다 반도의 대서양 해안을 따라 불빛이 켜져 있는 모습이었고, 또 다른 선은 멕시코 만을 따라 이어진 선이었다. 두 선 사이는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은 평행선이 한쪽으로 기운 ‘H’ 모양으로 바뀌었다. 마치 외계에서 온 어떤 발광생물이 플로리다 중부 지역에 착륙해 증식을 시작한 것처럼. 그 빛은 기존 소도시들을 순식간에 흡수하면서 건조지대와 늪지대들을 혼잡한 고속도로와 주차장들이 들어선 개성 없는 도시권으로 바꿔놓고 있다. 인구 200만 명의 이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 ‘올랜도’다.
습지와 싱크홀(움푹 파인 땅)의 땅이 21세기 대도시권으로 놀랍게 변신한 올랜도에 대해 얘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한 남자와 쥐가 있다. 쥐의 이름은 미키, 남자는 월트 디즈니다. 디즈니는 자신의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해 가명으로 비행기를 빌려 플로리다 중부 지역의 상공을 처음으로 비행했다. 1963년 11월 22일이 그 운명의 날이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미국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날이기도 한 그 날, 월트 디즈니는 플로리다 내륙 지역을 농업 중심지에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바꿔놓겠다고 결심했다.
올랜도는 오렌지카운티(군)의 군청소재지이지만, 그곳의 오렌지 과수원들 때문에 그가 극비로 공중 정찰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상공을 날던 디즈니의 관심을 끈 것은 사람보다 악어가 많이 사는 올랜도 남서쪽의 미개간지였다. “바로 저기야!” 그는 자기 꿈을 실현할 장소를 가리키며 외쳤다. 디즈니가 이 플로리다 주의 미개간지에 세우겠다고 꿈꾼 것은 바로 ‘엡코트(Epcot, Americas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 즉 실험적 미래도시였다.
그후 2년에 걸쳐 디즈니는 올랜도 최고위층 정치인들과 공조해 100km2가 넘는 토지를 비밀리에 사들였다. 사람들은 땅을 기꺼이 헐값에 넘겼다. 질척질척해서 농지로는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플로리다 해안과도 멀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중부는 거의 1년 내내 후텁지근한 날씨지만 짧게 찾아오는 겨울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감귤류 작황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누가 그런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겠는가? 디즈니는 자신이 마술 같은 마케팅 전략을 휘두르면 미국인 대부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1960년대 무렵에는 미국 전역에서 오랜 시골 마을들이 교외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쇼핑몰들이 들어서면서 소도시 중심가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새로 정착한 중산층 가정치고 지붕에 TV 안테나가 설치되지 않은 집은 거의 없었다. 디즈니는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인 대다수가 지형이나 날씨가 아닌, ‘미키 마우스 클럽’ 같은 TV쇼들을 보고 이곳을 안락하고 즐거운 가족 휴양지로 여기게 될 거라고 직감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1953-1961)는 공산주의 침공에 대비해 냉전 방어체제의 일환으로 전국에 주간(州間) 고속도로망을 구축했는데, 이 도로망이 당시에 이미 미국 곳곳을 연결해주고 있었다. 디즈니가 올랜도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런 신설 도로 중 가장 중요한 두 개 도로(현 명칭으로 ‘4번 주간고속도로’와 ‘플로리다 턴파이크(유료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이곳에 디즈니월드를 세운 데는 아주 개인적인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올랜도를 찾아오는 이유와도 일치한다. 이 습하고 벌레 많고 텅 빈 플로리다 중부 지역에서 디즈니는 제2의 기회를 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