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글 : 마이클 핀클 사진 : 존 스탠마이어
말라리아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라리아의 심각성은 부각되지 못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면서 시작된다. 물려도 아프지는 않다. 모기는 밤중에 찾아와 노출된 살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리고 마치 출발선에 선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머리를 숙이고 웅크린다. 그런 다음 주둥이를 피부 깊숙이 찔러 넣는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얼룩날개모기속(Anopheles) 모기로, 실처럼 가늘고 긴 다리와 얼룩덜룩한 날개를 가졌다.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감염시키는 원충을 몸에 지닐 수 있는 유일한 곤충이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예외없이 암컷이다. 수컷은 사람 피에 관심이 없는 반면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혈색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기의 주둥이는 겉보기엔 하나의 단단한 침 같아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 두 연장, 날카로운 날과 작은 펌프 한 쌍으로 작동되는 빨대가 들어 있다. 모기는 먼저 피부의 표피를 뚫고 얇은 지방층을 파고든 후 피가 가득한 모세혈관 조직에 주둥이를 꽂는다. 그러곤 피를 빨아먹는다.
피를 빨아먹는 동안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모기는 주둥이를 박은 곳에 침을 발라놓는다.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은 바로 이때다. 모기의 침샘에 있던 미세한 지렁이 같은 것들이 침과 함께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열원충(Plasmodium)에 속하는 단세포 말라리아 원충이다. 바로 이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만 한 물방울에 5만 마리나 득실거릴 수 있다. 모기에 물릴 때 보통 수십 마리가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정작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것은 한 마리로도 충분하다. 한 마리면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
말라리아 원충이 피 속에 머무는 시간은 채 몇 분도 되지 않는다. 사람의 순환계를 도는 원충들은 간을 찾아가 멈춘다. 그리고 간 세포 하나에 한 마리씩 들어가 숨는다. 모기에 물린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기에 물리고도 1~2주 동안 자기 몸 안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이렇다 할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라리아 세상에 살고 있다. 안전한 입장에 있는 선진국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근절된 천연두나 소아마비처럼 말라리아를 떠올릴 일이 전혀 없거나 있다 해도 어쩌다 한 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라리아 환자들이 전보다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말라리아는 106개 국에서 창궐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위협하고 있다. 워낙 만연한 데다 최근 들어 말라리아 원충들이 많은 치료제들에 대한 내성을 길러 특히 강한 변종은 약으로도 다루기 어렵다. 올해에는 약 5억 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그중 최소한 1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이다. 2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라리아의 심각성은 그리 부각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기에 외면되기 십상이었다. 부유한 국가에서 말라리아가 완전히 퇴치된 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선진국에서 말라리아가 잊혀지는 동안 눈에 띄게 가난한 몇몇 지역은 말라리아로 인해 파멸 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주사기, 모기떼에 점령당한 것이다.
말라리아가 국제원조기구와 자선단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 퇴치를 최우선 사업으로 정했다. 말라리아를 ‘지상 최악의 병’이라고 말해온 빌 게이츠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말라리아 퇴치기금으로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 덕분에 말라리아 퇴치기금은 2003년 이후 두 배로 불었다. 옛 중국인들이 썼던 모기 쫓는 약초에서 모기장, 최신 종합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알려진 방법을 총동원해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것이 목표다. 말라리아 연구진들은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말라리아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