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곡창지대
글 : 조엘 K. 본 주니어 사진 : 로빈 해먼드
아프리카의 비옥한 농경지가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왜 세계의 거대 기업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대륙의 농경지를 사들이고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거대한 트랙터가 다가오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트랙터는 먼저 그녀의 바나나나무들을 갈아엎었다. 이어서 옥수수, 그다음에는 콩과 고구마, 카사바까지 쓸어버렸다. 모잠비크의 샤이샤이 인근에 있는 면적 0.5ha의 밭이 불과 몇 분 만에 먼지를 날리며 사라졌다. 플로라 시리므(45)와 그녀의 다섯 아이를 먹여 살려온 이 땅을 갈아엎은 것은 중국의 한 농업개발회사였다. 이 회사는 초록색과 갈색 들판이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는 광활한 림포포 강 삼각주에 2만ha의 농장을 조성하고 있다.
“내게 일언반구도 없었어요.” 시리므는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어느 날 느닷없이 트랙터가 들이닥쳐 내 밭을 갈아엎더군요. 이렇게 ‘마샴바(소규모 경작지)’를 잃은 사람은 아무도 보상을 받지 못했어요.” 현지 시민단체들의 말로는 수많은 가구가 이완바오 아프리카 농업개발회사 때문에 경작지와 생활 터전을 잃었다. 이 모든 일이 모잠비크 정부의 승인 아래 벌어졌다. 모잠비크 정부는 전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작지에 대한 현지 농민들의 권리를 무시한 적이 있었다. 새로 개발되는 대규모 농장에서 겨우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일주일에 7일을 꼬박 일하면서도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다. 완바오사의 대변인은 이런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사가 지역 농민들에게 벼 재배법을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독 시리므만 이런 상황을 겪는 게 아니다. 그녀는 세계 농업계 최대의 화두, 곧 지구에서 역사상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하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세계의 주요 곡창지대로 변모시키려는 믿기 힘든 움직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2007년 이래 옥수수, 콩, 밀, 쌀의 시세가 거의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세계전역의 기업 투자자들이 땅값이 싼 나라들의 농지를 사들이거나 임차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고분고분하고 자국민의 재산권을 무시하기 일쑤인 나라들을 찾았다. 농지 거래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이뤄졌다. 아프리카는 미경작지가 많으면서도 수자원이 풍부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또 농지 면적당 잠재 수확량과 실제 수확량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확량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국가들의 옥수수, 밀, 벼 수확량이 1ha당 약 3t인 데 비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수확량은 평균 0.5t에 불과하다. 1960~2000년 사이에 세계는 비료, 관개, 고수확 종자를 결합한 녹색혁명으로 곡물 생산이 갑절 이상 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여러 차례 시도를 했음에도 녹색혁명이 꽃피지 못했다.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한정된 시장, 취약한 통치 기반에다 탈식민지 이후 벌어진 파벌 세력 간의 내전으로 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모잠비크 북부의 나칼라 철도에서 사탕수수 행상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브라질과 일본이 총 1400만ha에 이르는 소규모 농지들을 기업형 대두 재배 농장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모잠비크 당국은 경작 가능한 땅의 약 7%를 임대해줬는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토지 임대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