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새로 쓴 등정
글 : 프레디 윌킨슨 사진 : 산드로 그로멘-하예스 외 2명
전원이 네팔인으로 구성된 한 원정대가 민족적 자긍심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다.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를 겨울철에 등정한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밍마 걀제 셰르파(33)는 요동치는 헤드램프 불빛을 바로 몇 발짝 앞에 비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는 너무 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툼한 오리털 겉옷 밑에 오리털 재킷을 하나 더 입고 긴 내의를 두 겹이나 껴입은 상태로 산소통에 의존해 호흡을 하고 있으니 그는 당연히 괜찮아야 할 터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제껏 등정했던 모든 봉우리들에서 그가 겪었던 그 어떤 눈보라와 차디찬 강풍도 지금의 추위와는 비할 바가 못 됐다. 그야말로 혹독하게 살을 에는 별세계의 추위였다.
SANDRO GROMEN-HAYES
밍마 G.(그의 별칭)는 순간적으로 하산을 결심하고 무전기를 켰다. “다와 텐진? 다와 텐진?” 그의 호출에도 무전기에서는 윙윙대는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는 위쪽으로 몇몇 동료들이 내뿜는 옅은 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낮은 경사의 눈밭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모두가 눈앞의 목표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거나 각자 너무 힘든 나머지 응답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