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웠던 한 해
글 : 싯다르타 미터 사진 : 다비데 베르투치오 외 5명
치명적인 바이러스. 제한적인 생활. 정의를 요구하는 적극적인 목소리. 2020년을 기록한 사진들이 격변기를 맞이한 인류의 모습을 포착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 광경은 한 가지 사항만 제외하면 멋지고 친숙하다.젊은 남녀 한 쌍이 멋지게 예복을 차려 입고 성당에서 혼배 예식을 마무리하고 있다. 신랑이 혼인 명부에 서명을 하는 동안 신부가 신랑의 어깨너머로 보고 있고 사제는 자상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이들 앞에 놓인 화려한 금속 십자가와 뒷벽에 걸린 나무 십자가 덕분에 신성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러나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신랑과 신부가 예복에 어울리는 천 마스크를 쓰고 있고 사제 역시 마스크뿐 아니라 투명한 얼굴 가림막이 달린 플라스틱 가리개를 착용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의 바르차노 마을에서 다비데 베르투치오가 촬영한 이 사진에는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이 저물어 갈 무렵에는 이 사진에 담긴 풍경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새로운 전례, 즉 코로나19 시대의 결혼식을 담고 있다. 이는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 힘들게 적응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