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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즈리의 참모습

온갖 난무하는 헛소문 속에 사람들에게 잘못 인식돼온 족제비과 동물 구즈리를 만나러 핀란드의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본다. 사납고 잔인하다는 속설과는 달리 녀석은 부끄럼 많고 장난을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구즈리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녀석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라든가 순식간에 발톱을 세우는 모습 따위를 본 동물학자라면 왜 이런 과장된 이야기들이 생겨났는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체중이 최고 20kg까지 나가고 족제비과 육서(陸棲)동물 중 가장 큰 구즈리는 몸집이 자기만하거나 자기보다 큰 동물을 만나면 싸우기보단 나무 위로 도망치거나 굴을 파고 숨어버린다. 설치류와 파충류, 물고기, 새들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이 죽인 시체를 더 즐겨 먹는다. 대식가라는 뜻의 Gulo gulo란 학명을 가진 구즈리는 최고의 시체 청소부로, 먹다 남은 고기는 땅에 묻어 두기도 한다.
핀란드의 쿠흐모 근처 숲 속에서 15년째 이 경계심 많은 동물을 관찰해온 사진기자 안티 라이노넨이 구즈리의 실체를 어렵사리 사진에 담아냈다. 녀석들은 부끄럼이 많아 잘 숨으며, 다른 동물이 잡은 고기를 즐겨 먹는 기회주의자인 동시에 장난치기도 아주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구즈리는 주로 홀로 지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새끼들이 숲 속 생활을 익히게 되는 여름철에는 함께 모여 산다. 새끼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선 어미가 6개월 된 새끼 수컷과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그 아래 이끼 위에서 놀고 있는 녀석은 새끼 암컷이다. "어미는 자식 중 수컷을 더 좋아하죠. 먹이도 수컷 먼저 먹이고 젖도 더 자주 물려요." 라이노넨의 말이다. 새끼들은 대개 8개월 정도를 어미와 함께 지내는데 이 녀석들은 8개월이 채 되기 전에 홀로 남겨졌다. 어미가 사라진 것이다. 아마 말코손바닥사슴을 쫓는 사냥개들에게 물려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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